[스마트에프엔=신종모 기자] 윤석열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며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는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 삼성중공업, SK그룹 등에 이어 현대건설, 삼성물산, 현대엔지니어링 등 국내 건설사도 소형모듈원자로(SMR)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과 미국이 지난 21일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에서 원전 분야 공급망·기술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선진 원자로와 소형모듈형원자로의 개발과 전 세계적 배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소형모듈원자로는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발전용량이 300메가와트(MW)급인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말한다. 복잡한 안전장치 없이 자연 순환 방식의 피동형 냉각이 가능해 높은 안전성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술성, 활용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력을 앞세워 지난 2021년과 2019년에 미국 원자력발전 전문회사인 뉴스케일파워에 총 두 차례에 걸쳐 1억 400달러(약 1226억원)를 투자했다.

아울러 오는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는 뉴스케일파워 소형모듈원자로의 원자로 초도 기자재 제작·공급 등도 맡았다.

앞서 두산에너빌리티는 2019년 뉴스케일파워로부터 원자로 모듈에 대한 제작성 검토 용역을 수주해 완료했다.

두산에너빌리티 측은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 생산전문설비를 구축해 연평균 8000억원 규모의 수주를 달성하겠다”며 “뉴스케일파워와의 소형원전모듈 협력을 통해 미국 등 세계 시장에서 수조원 규모의 기자재를 공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초 용융염원자로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Seaborg)와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해양플랜트 제작 기술과 보유 역량을 기반으로 시보그와 함께 올해 안에 최대 800메가와트급 부유식 원자로 발전설비 모델을 개발해 선급 인증과 영업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며 “부유식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활용한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설비 개발까지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의 계열사인 SK㈜과 SK이노베이션은 이달 17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와 사업협력을 통해 글로벌 탄소 감축을 위한 실행을 본격화한다.

앞서 SK는 지난해 ‘2030년까지 전세계 탄소 감축 목표량의 1% 감축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밝히고 ‘탄소 배출 없는 안전한 전력원’으로 소형모듈원자로의 경쟁력에 주목해왔다.

이번 협약을 통해 탄소 감축을 향한 SK의 오랜 의지와 검토가 글로벌 선도 기업인 테라파워와의 다양한 사업협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의 공동 기술개발 협력, 국·내외 진출 및 상용화 협력은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의 소형모듈원자로 핵심 기술 확보와 차세대 원전 운영 등 관련 산업 육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SK 측은 “소형모듈원자로는 높은 안전성과 경제성 갖춘 ‘무(無)탄소 에너지믹스’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소형모듈원자로 핵심 기술 확보 및 상용화 협력 통해 국내 차세대 원전 산업 육성에 기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도 SMR 개발·사업 본격화

현대건설은 지난해 11월 미국 홀텍 인터내셔널과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및 사업 동반 진출을 위한 사업협력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이 체결한 홀텍은 SMR-160 모델을 상세설계 및 북미 인허가 승인 절차를 진행 중이다. SMR-160은 160MW급 경수로형 소형모듈원자로다.

이번 협약에 따라 양사는 상업화 모델 공동 개발, 마케팅 및 입찰 공동 참여, 사업 공동 추진 등 사업 전반에 걸쳐 진행한다.

또한 현대건설은 3월 28일 홀텍 인터내셔널 소유의 인디안포인트 원전해체 사업에 PM 계약을 포함한 원전해체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건설의 이번 계약은 지난해 11월 소형모듈원전인 SMR-160 모델의 글로벌 독점계약에 이어 약 4개월 만에 이뤄진 성과다.

현대건설은 협력 계약을 통해 공정 및 공사계획, 대형기기 부피감용 폐기물의 용적을 파쇄, 탈수, 건조, 소각 등 감소화, 화학 제염 방사성 물질 제거, 원자로 압력용기 및 내장품 절단 등 원전해체의 전반적인 사업 분야에 직접 참여하게 된다.

현대건설 측은 “향후 글로벌 건설시장 게임체인저로서 소형모듈원자로 선두주자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며 “안전과 품질을 최우선으로 한 기업경영으로 세계 시장에서 요구되는 선진 기술과 당사가 보유한 역량을 결합해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물산은 이달 10일 미국 뉴스케일파워와 포괄적인 협력을 맺고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본격화한다.

앞서 삼성물산은 소형모듈원자로 시장 진출을 위해 뉴스케일파워에 지난해 2000만달러, 올해 5000만달러 규모의 지분투자를 했다.

삼성물산은 우선 미국 발전사업자 UAMPS가 오는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진행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 관련, 사전 시공계획 수립 단계부터 기술 인력 파견 등 상호 간 축적한 기술과 역량을 공유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또한 국내외 총 10기에 이르는 원자력 발전 시공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루마니아 정부와 뉴스케일파워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 프로젝트를 비롯해 동유럽 소형모듈원자로 프로젝트에도 전략적 파트너로서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세계적인 소형모듈원자로 선도기업과 공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향후 지속해서 성장이 예상되는소형모듈원자로 관련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며 “향후 소형모듈원자로을 통한 전력생산뿐 아니라 고온 증기를 활용한 수소 생산 연구와 실용화 역시 함께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23일 기존 팀 단위 조직이었던 원자력부문을 ‘원자력사업실’로 격상해 원자력 사업을 전담하는 별도의 전문 조직을 신설하고 소형모듈원전 분야 선두주자 입지 굳히기에 나선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원자력사업실 신설을 통해 기존 원자력 분야 인력에 설계 인력을 보강하고 외부 전문인력 영입까지 더해 원자력 영업·수행 전담조직을 구성하게 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원자력 통합 조직 및 핵심설계기술 확보를 기반으로 소형원자로(SMR, MMR) 및 수소 생산, 원전해체 및 핵주기, 연구용원자로 및 핵연료제조시설 사업 추진에 나선다.

연구용원자로 부문에서는 네덜란드 오이스터 연구용원자로 수행 경험을 토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방글라데시, 태국, 케냐 등 다양한 국가에서 추진하고 있는 연구용원자로 사업에 참여해 관련 기술 및 노하우를 확보한다.

핵연료 제조시설 분야에서는 국내 핵연료 제조시설에 대한 설계 실적 및 노하우를 기반으로 원자력발전소 핵연료 공급을 위한 핵연료 제조시설 설계·조달·시공(EPC)사업 수주에 역량을 집중한다.

아울러 현대엔지니어링은 원전 해체사업 참여도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폐로를 앞둔 국내 노후원전 해체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검토 중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1985년 원자력부 출범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원자력발전소 설계사업에 진출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설계용역, 네덜란드 오이스터 연구용 원자로 사업 등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며 기술력과 노하우를 쌓아왔다.

또한 2012년에는 미국 원자력 전문기업인 USNC사와 초고온가스로 설계 및 개발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2015년에는 동 기업과 함께 초소형모듈원전(MMR) 개발협력 업무협약 체결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첨단 4세대 원전 기술 확보에 뛰어들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캐나다 초크리버 사업 완료를 기반으로 미국, 폴란드 등에 초소형모듈원전 사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기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라며 “친환경 에너지 사업분야에 적극적인 투자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글로벌 환경·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윤 정부 탈원전 정책 폐기…탄소중립 수단 원전 활용

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폐기해 탄소중립 수단으로 원전을 적극 활용하면서 에너지 믹스를 합히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수급을 안정성을 확보해 에너지 안보를 확립하는 것으로 물론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정부는 탈원전 폐기 정책에 따라 오는 2030년의 원전 비중 상향, 원자력 안전 확보 및 방사성 폐기물 관리, 원전의 수출 산업화. 원전 생태계 경쟁력 강화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완성했다.

또한 에너지 안보와 신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해 에너지 믹스의 조정, 에너지 수급 안정성 제고, 에너지 신산업 창출, 미래형 전력망 구축, 에너지 자급률 제고 등의 방안을 구체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소형모듈형원자로 산업이 윤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 기조와 맞물리면서 기존 원전 기업들은 물론 신사업을 추진하는 기업까지 소형모듈형원자로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신종모 기자 jmshin@smartfn.co.kr